독서

급류 (정대건) 줄거리 서평 — 결말보다 작가의 말이 더 울렸다

unknown_99 2026. 7. 29. 05:42

 

 

 

 

화제의 소설 급류 완독! 도서관에 예약하고 거의 두 달을 기다려서 받았다ㅜ 기다리다가 지쳐서 살까도 고민했었는데 막상 완독하고 나니 사지 않길 잘 했다 싶었다. 그럼에도 읽길 잘했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 그런 소설이었다.


작가 소개 — 정대건

정대건(1986~)은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다. 2020년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GV 빌런 고태경》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철학 전공자답게 인간의 내면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문장으로 주목받아 왔으며, 소설집 《아이 틴더 유》, 《부오니시모, 나폴리》, 에세이 《나의 파란, 나폴리》 등을 펴냈다. 《급류》는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0번째 작품으로,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줄거리 — 도담과 해솔, 10년에 걸친 이야기

소설은 허구의 도시 진평에서 시작된다. 소방관 아버지를 둔 담대한 소녀 도담과, 서울에서 전학 온 병약하고 내성적인 소년 해솔.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키워가지만, 예기치 못한 비극이 두 사람의 관계를 뒤흔들어 놓는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과 이별이 10여 년에 걸쳐 반복된다. 대학 시절 재회하고, 또 헤어지고. 서로를 잊으려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감정. 물이 흘러가듯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이 겪는 감정의 변화가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 이후 내용은 직접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개인 감상

급류에 휩쓸리듯 거대한 외부 상황들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내리기도 하고 건져주기도 하며, 종국에는 서로가 서로의 구명환이 되어주는 이야기였다.

특유의 기승전결이 한국 영화의 플롯과 비슷하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서로 연인이 있던 상태에서 재회해서 사람들이 승주(여주 현남친)랑 선화(남주 전 여친)를 더 안타까워 하는게 공감가기도 하고 좀 웃김) , 물이 흘러가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두 사람이 겪는 다양한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낸 소설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결말보다 가장 마지막에 있었던 작가의 말이 더 와닿았다.

 

"한때는 어떤 기억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흐르는 상태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 오랜 시간 동안 계속 그 상태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이제는 이 글과 함께 떠나보내고 싶습니다. 도담과 해솔처럼 용기를 내 보겠습니다. 이제 이 이야기가 독자분들에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

 

— 정대건, 작가의 말

살다보면 사람들은 모두 예기치 못한, 혹은 예기된 불행과 사고를 맞닥뜨리게 된다. 아마 정대건 작가는 그런 모두에게 상처가 아물어가며 결국 극복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책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그 속에 담긴 슬픔과 고통은 진짜라는 생각이 들어, 결말보다 인상 깊었던 작가의 말이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들

 

 

[p.85] 도담의 모의고사 성적이 조금 올랐다. 암기하고 문제를 풀고 집중할 때만큼은 잠시라도 나쁜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그래선 안 되는 거였을까. 아이들은 도담을 보고 수군거렸다. 어떻게 그런 일을 겪고도 오히려 성적이 오를 수 있어? 선생들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사람들은 그들이 기대한 만큼 비극을 겪은 사람이 충분히 망가지지 않으면 일부러 망가뜨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p.135]  평소 예지는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랑 예찬론자였다. 도담은 예지가 그렇게 사랑을 최고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아직 사랑에 충분히 당하지 않아서라고 믿었다. 도담은 불행의 크기를 다이아몬드라도 되는 양 자신의 것과 남의 것을 비교했다. 도담에게는 여전히 자신이 가진 불행이 가장 크고 가장 깊었다.

 

 

[p.196] (도담이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던 부분)

 

"저, 승주 씨, 제가 함부로 말했어요.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변명 같겠지만, 저야말로 누구보다 과거에서 벗어난 구김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한 거 같아요."

승주는 의외라는 듯 약간 놀란 얼굴로 도담을 빤히 봤다. 그러더니 금세 표정을 풀고 웃으며 말했다.

"그 사과 받아들일게요."